그동안 여러 IT기업의 구인 공고를 읽다 보면 눈길이 꽂히는 부분이 있었다. 자세한 표현은 기업마다 조금씩 다르게 변주되어 적혀있지만,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모바일 IT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있으신 분.'
오프라인 기반 사업을 진행하는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막 IT기업으로 이직을 처음 시도하던 나에겐, '모바일 IT 서비스에 대한 이해'는 명확하게 무엇이고 어떻게 이해를 했다고 어필할 수 있는 건지 막막하기도 했다.
그러다 꾸준히 서비스 기획자/PM/PO 관련 책을 보고, 데잇걸즈 과정을 통해 데이터 분석과 활용법에 대해 공부하고, 그로스해킹/서비스 지표 관련 스터디를 하면서 어느 정도 '모바일 IT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생긴 것 같아 글로 정리해본다.
** 공부하면서 느꼈던 내용에 대해 정리하다가 이미준(도그냥)님의 <코딩 몰라도 됩니다>에서 '오프라인 서비스와 다른 온라인 서비스만의 특징'이 서술된 부분을 읽었던 기억이 떠올라 다시 찾아보니, 책에 이미 내가 정리하던 내용보다 더 깊이 있고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래서 해당 내용을 발췌해 간략히 추려 정리하고, 추가로 내가 느꼈던 부분과 토스 Skillset of PO - Mobile gut feeling 부분의 서술을 덧붙여 정리했다.
나중에 IT기업에 이직하여 실제로 일을 하며 경험이 더 쌓이면, 오늘 정리한 '모바일 프로덕트의 특징'에 대해 내가 어느 정도의 깊이를 더해 스스로의 언어로 정리할 수 있을지 혹은 오늘 정리한 내용에서 추가할 내용은 있을지 기대가 된다.
토스 PO의 필요 역량(Skillset of PO) 7가지 중 하나인
'Mobile gut feeling', 모바일에서 무엇이 통할지, 직관적으로 알아채는 감각
송금지원금 시작 당시에는 기존에 많이 보이던 친구 초대 스킴, ‘친구를 토스에 가입시키면 나도 3천 원 친구도 3천 원‘을 활용했어요. 이것을 ‘친구에게 3천 원 보내기‘로 바꾸었습니다. 초대자가 받는 보상을 제거했고, ‘초대’ 맥락을 ‘송금’ 맥락으로 바꾸었고요. 연락처를 보니 “토스에 가입하고 3천 원씩 받자 “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보다 그냥 3천 원씩 보내고 싶은 사람이 훨씬 많았고, 토스는 송금 서비스이기 때문에 초대가 아닌 송금 맥락을 사용하는 것이 더 강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테스트했더니 실제로 ‘친구에게 3천 원 보내기’ 스킴이 훨씬 효과가 좋았어요. 내가 받을 보상을 없애서 효과가 좋아진 것, 상당히 반직관적일 수 있는데요. 이렇게, 잘 안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잘 되는 것들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찾기는 어렵지만 한 번 찾으면 임팩트가 매우 크기 때문이에요. 이런 틈을 포착하려면 모바일 제품에 대한 감각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디지털(모바일) 프로덕트 이해의 기본
□ 프로덕트가 본질
- 프로덕트 :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서 만들어진 산출물(웹/앱 서비스). 하나의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한 전체를 지칭하기도 하며, 그 구성 요소를 작게 잘라서 말하기도 함. 엄밀한 의미에서는 목표하는 하나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단위.
사용자가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이용하는 대상을 ‘프로덕트’라고 부른다.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접적인 주체는 사람이 아니라 ‘앱’이다.(사람은 프로덕트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일부, 즉 프로세스이다.) 디지털 서비스가 제공하려는 가치와 목적은 프로덕트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모바일(앱) 서비스의 본질이 프로덕트라고 한다.
사용자가 앱과 서로 관계를 맺기 시작하는 회원가입이란 절차도 프로덕트고, 서비스에서 거래가 일어나는 주문이나 결제도 프로덕트다. 심지어 서비스에 항의하기 위해서 고객센터에 글을 올리는 것도 프로덕트 내에서 일어난다. 결국 회사는 회사가 만들어낸 프로덕트 그 자체로 인식된다. 따라서 우리는 '세탁특공대라는 앱’ 자체를 '세탁특공대'로 인식하는 것과 같다.
사업의 본질이 프로덕트라는 생각을 완전히 체화한 회사들이 바로 우리가 ‘IT 기업’ 이라고 부르는 곳들이다. 나는 이 사상을 가지고 있느냐가 IT기업 인지 아닌지를 나누는 기준이 된다고 생각한다. IT 회사는 '프로덕트가 본질'이라는 개념을 모두가 암묵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프로덕트는 그 자체로 우리 사업의 매장이자, 사업의 형태이자, 접객 방식이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접점이자 사실상 우리 회사의 그 자체다. 그래서 IT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전 직원들이 프로덕트를 잘 만들기 위해서 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덕트는 유기체처럼 계속 변화하면서 발전시켜야 하는 투자의 대상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접객의 방식을 여러 가지로 바꿔가며 좋은 장사의 방법을 찾아가듯, 디지털 서비스는 프로덕트를 여러 가지로 바꿔가며 가장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어야 한다.
□ 프로덕트의 중심은 사용자
프로덕트는 철저히 사용자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다만 모바일 프로덕트의 사용자는 흔히 자주 쓰는 “손님은 왕”이라는 표현의 '왕'이라기보다는, ‘연구 대상’에 가깝다.
“‘고객’을 ‘사용자’라고 부르는 산업은 플랫폼 산업과 마약 산업밖에 없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소셜 딜레마)
우리는 사용자를 연구하고 그들이 프로덕트를 통해서 우리가 제공 하는 가치를 이용하도록 만들지만, 사용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진 않는다는 걸 꼭 염두에 둬야 한다. 프로덕트는 거버넌스 정책을 중심으로 사용자들이 생각조차 못했던 방법으로 사용자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e.g. 프로덕트에서는 UI를 통해서 사용자들의 다음 행동을 자연스럽게 불러오는 ‘넛지'와 미리 다음 프로세스를 예측할 수 있게 하는 '어포던스'를 제공한다.)
추가로 고려해야 할 ‘어드민’ 프로덕트의 사용자, 내부 직원
대부분의 온라인 시스템에는 ‘백오피스' 또는 ‘어드민’이라고 부르는 또 하나의 시스템이 있다. 우리가 보는 앱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컨트롤하거나 모니터링하는 또 하나의 프로덕트다. 어떤 온라인 서비스라도 어드민 시스템이 있고, 이 어드민의 사용자는 내부 직원들이다. 모바일 프로덕트는 ‘어드민’ 시스템을 포함해서 하나의 프로덕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디지털(모바일) 프로덕트의 4가지 특징
'온라인 DNA'를 갖추기 위해서 꼭 기억해야 할 ‘모바일 프로덕트의 특징’
□ 상황/맥락 Context의 중요성
오프라인 사업은 ‘장치 산업’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지역의 핵심 거점에 매장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노출 빈도가 높은 장소는 그 장소 자체만으로도 큰 홍보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에서 위치는 선호도를 이기기도 한다. 즉, 장소가 주는 메리트가 있다.
반면에 온라인/모바일은 그런 장소적인 혜택이 전혀 없다. 성공하는 모바일 프로덕트는 특정한 상황에서 무조건 처음 생각나는 No.1이 되어야만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동일한 목표에서는 ‘Winner takes all'이 모바일 프로덕트 경쟁의 특징이다.
이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상황' 또는 '맥락'이다. 디지털 서비스는 필요한 것이 떠올랐을 때 그 즉시 앱 서비스로 연결이 일어난다. 똑같이 식품을 주문하는 행위라고 해도, 지금 당장 배고파서 저녁거리를 주문하려는 사람과 내일 아침 식사 재료를 사려는 사람, 모레 손님상을 차리기 위해서 주문하는 사람은 연결되는 맥락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당장 20분 내로 장을 봐야 한다면 B마트, 내일 아침 식사라면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모레 손님상을 위한 것이라면 이마트의 SSG닷컴에서 시간을 지정해서 미리 주문해놓을 수 있다.
그래서 디지털 서비스들은 ‘명확한 맥락/상황’을 장악하기 위해서 사용자들의 삶을 세세하게 분석하고, 그 ‘상황’에 자신들을 연결시킬 수 있도록 노력한다.
□ 비즈니스 로직을 기반으로 하는 일관성
모바일 프로덕트는 비즈니스 로직/도메인 로직을 기반으로, 일관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프트웨어 공학에서 비즈니스 혹은 도메인이라는 말은, '소프트웨어가 풀고자 하는 현실 세상에서 사용자가 직면한 문제'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소프트웨어(모바일 프로덕트)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목적이다. 은행 앱이라면, 금융 및 은행 업무가 도메인이다. 은행 앱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금융 업무를 스마트폰에서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니까. 틱톡 같은 SNS라면 동영상 촬영, 감상, 댓글 및 공유일 것이다. 따라서 비즈니스 로직/도메인 로직은 ‘현실 세상에서 사용자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코드를 의미한다. 문제 상황에 대한 해결책이나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비즈니스 로직/도메인 로직은 '현실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코드다. 디지털 서비스는 사용자의 문제 상황 해결을 목표로 결제던지 송금이던지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디지털 서비스는 비즈니스 로직/도메인 로직을 기반으로 상시적으로 일관성 있는 품질을 제공해야 한다. 디지털 서비스는 물리적 제약이 없기 때문에 고객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기가 모두 다르고, 대신에 일관성 있는 서비스를 원한다. 오프라인에 일관성이 없어도(특정 매장이 없어졌어도) 고객들은 그러려니 하고 수긍하지만, 디지털 서비스가 특정한 혜택을 제공했다가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면 디지털 서비스 사용자들은 서비스를 이탈하게 된다. 따라서 디지털 서비스에서 목적 없이 거창한 프로모션이나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또한 디지털 서비스는 코드로 짜인 앱(디지털 프로덕트)을 통해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에 일관성 없이 그때그때 변하는 서비스란 있기 어렵다. 새로운 코드가 필요할 때마다 개발 인력에 대한 공수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운영 정책은 있지만 때로는 특별한 상황에 유도리 있는 대응이 생기기도 하고 그걸 어떤 때는 미덕으로 보는 오프라인 기반 서비스와 달리, 디지털 서비스는 서비스와 사용자로부터 발생 할 수 있는 모든 예외 상황을 예상한 후 운영 정책 안에 포함 시켜야 한다.
□ 사용자 집중도를 높이는 방식 - 간결성, 쉬움
모바일 사용 환경은 다른 매체나 기기에 비해, 집중력의 지속 시간이 짧기 때문에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줌으로써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이나 콘텐츠로 이동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e.g. 빠른 주문과 간편 결제 프로세스) 모바일 서비스 이용에 필요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볼 수 있고, 짧은 시간에 사용자가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모바일 프로덕트의 실질적인 접객 서비스다.
따라서 모바일 프로덕트는 ‘모바일 화면’이라는 제한적이고 유저가 이해하기 어려운 환경을 고려해서 만들어져야 한다. 모바일에서 승리하는 UX전략은 Simplicity이며, 유저를 위한 것도 있고, 직관적인 Flow로 넘어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사용자가 모바일 채널을 통해서 의도한 활동(문제 상황에 대한 해결책)까지 갈 수 있도록 돕는 직관적인 UX/UI가 중요하다.
□ 디지털 프로덕트의 주요 산출물 - 데이터
디지털 프로덕트의 비즈니스 모델에는 일반 오프라인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달리 하나의 흐름이 더 있다. 바로 ‘데이터의 흐름’이다. 디지털 프로덕트의 비즈니스 모델은 다음의 3가지, ‘가치의 흐름’, ‘돈의 흐름’, ‘데이터의 흐름’으로 이루어져 있다.
디지털 프로덕트는 모든 것을 데이터로 남기기 때문에(혹은 남길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프로덕트 개선이 가능하다. 서비스가 어떤 데이터를 만들고, 그 서비스의 사용자들은 어떤 데이터를 만들고, 서비스는 사용자에게서 어떤 데이터들을 수집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필요에 맞게 활용법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데이터를 활용해 수치를 바탕으로 한 계산과 효율 추구가 용이하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디지털 프로덕트 개선을 진행해야 한다.
주요 내용 출처: 이미준(도그냥) <코딩 몰라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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